2020. 8. 22. 23:10ㆍ@ VAR관련 기관
PDCA 기반의 리스크관리
제2장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노력
김용표 K-Risk 운영위원
지금까지 설명하였듯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개인의 합리성, 전문가 의견, 집단 의사결정이 훌륭한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가끔은 다양한 편향과 편견, 오류, 이해관계에 따라 어리석은 결정을 도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무엇일까? 결코 풀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는 사람과 사람들은 판단에 편향과 오류가 있으며, 의사결정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내제되어 있는 불확실성과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예측하고 추측되어진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문제가 발생 한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들의 편향과 오류의 개입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과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방안을 수립하여 합리적 의사결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다양한 연구결과와 이론이 제시되었다. 레빗은 집단지성을, 리처드 탈러는 선한 선택설계자의 부드러운 개입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넛지를, 데밍은 시행착오를 통한 지속적 개선인 PDCA 싸이클을 제시 하였다. 또한 누군가는 전문가의 의사결정이 강조하기도 하며, 또 다른 사람은 전문가를 폄하하며 군중의 지혜를 강조한다. 누군가는 똑똑하고 현명한 개인(선한 독재자)적 의사결정을 최선의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나심 탈레브는 인지하지 못한 0.1%의 리스크가 모든 것을 망쳐버릴 수 있다고 말하며, 미셀 부커는 보이지도 않는 리스크를 찾아 헤매기보다는 보이는 리스크에 집중하라고 한다. 어느 내용이나 공감이 가고 최고라고 칭찬 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 하며 이렇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할 수도 없다. 서로 유사하기도 하며 상반되기도 하다. 선택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쩌란 것이냐 하는 볼멘소리도 나올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연구에 대해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야한다. 뾰족한 묘수를 제시한 게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방향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영역을 확장해준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다양하게 제시된 고귀한 의견들의 철학과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다른 의견들을 섞어보고, 새로운 조합을 맞춰보고, 우리의 생각을 입히면서 상황에 맞는 창조적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는 많은 이론들이 있으며 모든 이론을 다 고찰 할 수 없다. 또한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나는 내가 현장에서 느끼고 고민했던 것들을 또 하나의 이론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이론을 정리하려고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접했던 다양한 이론들 중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으며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론들을 골라 고찰하도록 한다.
나름대로 순서를 집단지성, PDCA 싸이클, 넛지의 순서로 잡았다. 왜 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어떤 직감이랄까? 작성과정에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모호하다. 이해를 부탁한다. 또한 이러한 한바탕 고찰을 통해 건설산업의 리스크관리에 새로운 대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사고의 영역을 넓히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며 좀더 공손하게 적으려 했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독자분들의 넓은 이해를 바랍니다.)
1. 집단지성
삶의 복잡성과 위기가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개인적인 문제 해결방식을 넘어선 집단지성에 의해 그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기대처럼 집단지성이 사회적 변화와 창의성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은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축복일 수 있을 것이다(최미향 2010).
1.1 집단지성 이란
레빗은 지성은 인간에게 부여한 고유한 능력인 ‘성찰’, ‘결정’, ‘실천’의 힘이며 지식을 생산하는 주체라 하였다. 성찰은 경험한 역사를 기억하고 비판하면서 현재와 미래의 사고와 행위에 있어서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며, 실천은 성찰과정에서의 기억과 비판을 실제의 행위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성은 기억하고 비판하며, 새롭게 시도하며, 실제 행위로 이어질 때 지성으로서 가치가 부여되며 지식이 생산된다 하였다. 따라서 ‘성찰’, ‘결정’, ‘실천’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지 않았다면 지성이라 할 수 없으며, 그 결과는 지식이 아니다.
이러한 지성은 오랫동안 소수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절대적 권위를 인정받았던 전문가 지성이 도덕성의 상실, 사회의 복잡성의 증가에 따른 전문가 예측의 오류를 경험하면서 절대적 신뢰를 점점 상실하게 된다. 더불어 일반대중의 지식수준의 향상과 정보의 유통이 원활해지면서 지성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가능해졌고 일반대중들이 지식을 생산하는 지성인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동시에 일반대중의 지식이 결코 전문가 지성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집단지성이 논의 되었다.
집단지성을 레빗(2002)은 “그것은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지성”이라 하였다. 어디에나 분포하는 지성이라는 점을 통해 레빗은 사람 그 누구도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모든 사람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며, 지식 전체는 인류 안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지식이 일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며, 초월적 지식의 보고(寶庫)는 없으며 지식이란 각각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레빗은 ‘누군가 완전히 무지하다고 판정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무지함을 드러낼 뿐이다. 어떤 사람이 무식하다는 생각이 당신을 괴롭힌다면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이 어떤 맥락에서 금쪽이 되는가를 찾아보라’ 라며 집단지성의 기본 출발점이 무엇인지를 역설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는 지성이라는 특성을 설명하면서 사람의 지성에 대한 그간의 조직적인 무지와 낭비를 비판한다. 그는 멸시받고 무시되고 사용되지 않은 지성은 정당하게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임을 강조하면서 지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촉구한다. 실시간으로 조정되는 지성이라는 지적을 통해 분산된 개인들의 노력이 집단지성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그들의 지성을 업그레이드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지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지적 소유권에 대한 보호장치와 같은 장치가 지식을 동원하는데 긍정적인 역동성을 가져오며 집단지성에 대해서도 요구됨을 주장 하였다.
레빗은 집단지성이란 일종의 불분명한 마그마 속에 개인의 지성 등을 혼합하는 것과는 달리, 특이성들이 성장하고 구별되며 상호 부양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집단지성에 대한 레빗의 정의는 지성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데서 오는 폐쇄성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다양성, 독립성을 지향하며 기존의 보편적 지성에서 벗어나는 것을 수용하며 언제든 특이성이 보편성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 지성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지식은 전문가로부터 전수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체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집단지성은 집단의사결정이나 기계적인 집단적 협업이 아니다
집단지성의 개념은 동물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무의식적이거나 기계적인 대규모 집단협업과 다르며, 대규모 정보교류 및 공유도 집단지성의 형성 및 제고에 도움을 주는 요건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집단지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집단지성은 맹목적인 집단의사결정과 다르다. 흩어져있는 단순한 정보들을 축적하거나 종합하여 얻게되는 성과물이 집단지성의 결실인지에는 다른 의견이 있다. 다양하며 방대하게 축적된 최신의 정보를 참여자들이 어떤 문제의식과 관점을 가지고 어떻게 역동적 상호작용을 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가에 집단지성의 의미가 있다(양미경 2010). 요컨대 집단지성은 조화로운 연관을 토대로 한 역동적인 인지적 협력의 결과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기계적, 집단적 협업의 결실과는 차별화 된다. 즉 참여자 개개인의 특별한 참여의지가 없거나, 참여자의 지성을 고양시키는 과정이 생략된 채로 얻게 되는 산물이라면 의미가 없다(양미경 2010). 또한 집단지성은 결코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종의 까다로운 조건들이 구비 되었을 때 비로소 획득되는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1.2 집단지성이 성공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
집단지성이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무조건 작동할 수 있는 최고의 조직화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다(양미경 2004). 집단지성이 개인의 부족함을 채워주어 불완전한 개인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관료주의적 위계질서와 권력으로 부터 벗어나고, 독립적이고 다양한 사유들이 상호 진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Surowiecki와 Leadbeater는 대중의 지혜를 얻기 위하여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와 통합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였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다양성: 집단이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의 범위를 확장시켜주며 기발한 아이디어로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장점이 있다. 비록 경험이 부족하고 덜 유능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새 구성원 조직에 포함시키면 조직이 더 현명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Surowiecki, 2004). 이는 집단이 영향력이나 권위, 조직에 대한 충성심에 의지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힘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은 그룹의 능력이 향상되지 않고 다른 해결책도 나오지 않으며, 똑같은 사고방식의 그룹은 대개 똑같은 지점에서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다(Leadbeater, 2008/2009). 다양성은 단순히 다른 관점을 집단에 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독립적 생각을 촉진함으로써 전체 집단에 공헌한다(양미경 2010).
또한 집단지성은 다양성과 관련하여 학문분야의 다양성도 포함되어야 한다.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데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학제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학문적 식견이나 수준 등을 공유함으로써 특정분야 학문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 독립성: 어떠한 권위에 추종하고 종속되어서는 안 되며, 순차적인 의사결정으로 인한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각각의 의견을 동시에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개인별로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Surowiecki, 2004 대중의 지혜).
- 분산화와 통합의 조건: 독립된 여러 사람이 동일한 문제를 분산화 된 방식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이를 통합하여 얻어진 집단적 해법이 다른 어떤 해법보다 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다양성과 독립성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작은 그룹으로 이루어진 핵심조직이 필요.
-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열정을 쏟아부을 만큼 흥미로워야 한다.
- 또한 PDCA 싸이클이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단순하며 효율적인 도구를 배분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피드백이 빨라야한다.
- 지적소유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집단지성은 작동되지 않을 것이며 어느 누구도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집단지성은 집단의사결정이나, 정보수집의 수준으로 끝날 수 있다.
1.3 집단지성의 시사점
집단지성은 기존의 지식관의 허구를 비판하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보편성을 특이성과 동등하게 취급하며, 논리를 진리로 간주하지 않으며, 권위와 지식인이 우위에 있지 않다. 또한 성찰을 통한 지식의 창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지성이 발휘되면 0.1%의 블랙스완을 보편적 위험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회색 코뿔소를 인지하지 못하는 게으름과 무지는 사라진다. 그러나 특이함을 수용할 만큼 세상은 넉넉하지 않으며, 보편적 인식을 벗어난 생각은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다. 신학이 존재하는 한 논리를 진리의 전제로 인정할 것이며, 권위와 기득권은 누구든 쉽게 놓지 못한다.
이처럼 집단지성의 개념과 철학은 이상적이다. 마찬가지로 집단지성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다. 이상적인 인간인 ‘호모 이코노미쿠스’ 만이 모여 살 때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에 오류가 많은데도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며 사는 “호모 사피엔스‘다. 이러한 현실에서 집단지성의 성공을 최초 의사결정과정의 합리성에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를 보완하는 대책의 수립에 더더욱 집단지성이 발휘되어야 한다. 즉 예측의 정확성이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개선되며 이를 뒷받침하는 측정, 평가, 분석의 합리성에 집단지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측정, 평가, 분석에 특화된 다양한 학문간의 연구가 교차될 수 있는 학제연구가 포함된다면 집단지성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며 리스크관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권수경 역 (2002). 집단지성 사이버공간의 인류학을 위하여. 서울. 문학과지성사.
2. 리처드 탈러, 캐스선스타인 (2009). 넛지.
3. 양미경 (2010). 집단지성의 특성 및 기제와 교육적 시사점의 탐색.
4. 이순희 역 (200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서울 세기 : 21북스.
5. 홍대운, 이창근 공역 (2004). 대중의 지혜. 서울 랜덤하우스 중앙.
6. Johansson, M. Y. (2012). Agile project management in the construction industry-An inquiry of the opportunities in construction projects. Department of Real Estate and Construction Management, Stockholm.
7. Koskela, L., Howell, G., Ballard, G., & Tommelein, I. (2002). The foundations of Lean construction. Design and construction.
8. Larson, J. R. (2010). In search of synergy in small group performance. New York: Taylor and Francis Group, LLC.
9. Leadbeater, C. (2008). We-think: Mass innovation, not mass production. London: Aitken Alexander Associates.
10. Lévy, P. (1994). L'intelligence collective: Pour une anthropologie de cyberspace. (집단지성, 사이버공간에서의 인류학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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